<내용> 충청북도 단양출신 동산(東山) 스님의 간찰로 약간의 얼룩이 있으나 본문 상태 양호하다.
<크기> 45×28cm
<참고> 동산 혜일(東山 慧日) 大禪師, 1890-1965
현대의 대선사인 동산(東山)의 본관은 단양 하씨이고, 이름은 동규(東奎)다. 그의 법호는 동산이며, 법명은 혜일(慧日)이다. 1890년 2월 25일 충북 단양군에서 아버지 성창(聖昌)과 어머니 정경운(鄭敬雲) 사이에서 태어났다. 14세까지 한학을 익혔으며, 1904년 3월 익명(益明)보통학교에 입학해 신학문을 배웠다. 서울 중동중학교를 거쳐 1910년 경성의학전문학교 예과에 진학 신의학(新醫學)을 배웠다. 그는 1912년 3월 고모부인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의 소개로 대각사(大覺寺)의 용성(龍城)선사를 찾아갔다가 그의 법문을 듣고 큰 감화를 받았다. 이후 불교를 공부하다 마침내 1912년 10월 범어사 주지 성월(惺月)스님을 찾아가 출가하였다. 이듬해 3월 동산은 용성선사를 은사로, 성월스님을 전계대화상으로 하여 계를 받은후 4월부터 강원에서 <능가경>을 공부했으며, 10월에는 백양사 운문암에서 용성스님께 <전등록> <선문염송> <범망경> <사분률> 등을 배웠다. 그뒤 동산은 1914년 여름 한암선사를 찾아가 사교(四敎)를 2년동안 배웠고, 영명(永明) 강백(講伯)에게서 다시 2년간 대교과(大敎科)를 이수했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 용성선사가 투옥되자, 동산은 대각사와 망월사에 머물며 3년간 옥바라지에 온 힘을 쏟았다. 이때 그는 스승의 고통을 생각하여 한 겨울에도 방에 불을 지피지않고 졸음을 참으며 정진했다고 한다. 동산은 1921년 4월부터 상원사 청량선원, 금강산 마하연사, 속리산 복천암(福泉庵), 태백산 각화사, 지리산 백운암 등지서 참선했다. 특히 1924년 4월부터는 직지사에서 3년 결사(結社)를 시작했으며, 1927년 4월에는 범어사 금어선원에서 하안거에 들어갔다. 그해 7월 5일 동산은 방선(放禪) 시간에 대나무 숲을 거닐다 삼매에 들어 바람에 부딪치는 댓잎소리를 듣고 홀연히 대오하였다. 이에 그는 "그리고 또 그린 것이 그 몇 해이던가(화래화거기다년 畵來畵去幾多年), 붓끝이 닿는 곳에 살아있는 고양이로다(필두낙처활묘아 筆頭落處活猫兒), 하루종일 창 앞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고(진일창전만면수 盡日窓前滿面睡), 밤이 되면 예전처럼 늙은 쥐를 잡는다네(야래의구촉노서 夜來依舊捉老鼠)"라는 오도송(悟道頌)을 지어 용성선사에게 보이고 법을 인가받았다. 동산은 1929년 동안거부터 금어선원의 조실이 되어 참선하는 납자들을 제접했고, 이후 해인사와 석왕사(釋王寺) 선원 조실로도 있었다. 1935년 동산은 용성선사의 법을 잇고 전법게를 받았다. 그뒤 1936년 여름 태백산 정암사에서 하안거를 한후 해인사에서 4년간 조실로 주석했다. 1936년 11월 18일 동산은 용성선사로부터 지리산 칠불선원(七佛禪院)의 계맥(戒脈)을 전수받았다. 이때 용성선사는 그에게 정법안장을 부촉하면서, 전계증(傳戒證)과 옥인(玉印)을 신표로 주었다. 그는 또 1941년 영명(永明)스님에게서 중국 법원사(法源寺)의 계법까지 전수받아, 1943년부터 전계대화상(傳戒大和尙) 자격으로 계를 전수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 전국의 승려들이 범어사로 몰려들었을 때, 동산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따뜻하게 그들을 맞이하였다. 1953년 1월 이승만 대통령이 범어사에 왔을 때, 동산은 대통령과 독대하여 독신 수도승들이 수행할 수 있도록 삼보사찰만이라도 할애해 달라고 청했다. 훗날 이 일이 알려지자 대처승들이 동산을 쫓아내려고 온갖 박해와 횡포를 부렸다. 이에 선원 수좌들이 동산을 옹호하여 5월에는 제방 선원에 격문을 보내 대처승들 횡포에 대항할 것을 호소했다. 이러한 대립상황은 마침내 사회문제로 확산돼 정부에서는 1954년 5월 불교계 정화를 촉구하는 대통령의 특별유시문을 발표하였다. 이에 비구승들은 6월 교단정화운동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동산은 효봉, 청담, 금오 등과 함께 전국 비구의 선두에 서서 불교정화(佛敎淨化) 운동을 주도하였다. 그해 10월에는 동산을 비롯한 3백여 명의 비구승들이 태고사에서 '일본적 승려정신의 일소'를 외치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비구승측 중앙종회는 11월 동산을 새로운 종정으로 추대하였다. 대처승측의 치열한 방해와 폭력에도 동산은 '견디고 참으며 기다린다'는 뜻의 '감(堪) 인(忍) 대(待)'정신으로 비구승들을 격려하며 정화불사를 이끌었다. 또 동산은 염화실(拈花室)에 '서리 내린 소나무와 같은 맑은 지조(상송결조 霜松潔操), 물에 비친 달빛같은 텅빈 마음(수월허금 水月虛襟)이라는 친필 휘호를 써서 후학들을 격려했다. 1955년 8월 동산이 다시 종정으로 추대되었지만 곧 사임하고, 9월초 정화후 첫 범어사 주지가 되었다. 한편 1956년 2월 네팔에서는 제4차 세계불교도대회가 열렸다. 동산은 효봉, 청담스님과 함께 참석하여 한국의 선풍(禪風)을 널리 알리고, 돌아오는 길에 인도의 불교유적지를 순례하였다. 1958년 8월 동산은 다시 종정으로 추대되어, 1962년 4월 1일 통합종단이 출범할 때까지 직책을 수행했다. 동산은 크고 작은 절이나 암자에서 법문을 청하면 언제나 흔쾌히 응했는데, 화엄산림과 법화산림을 여러차례 가졌으며, 특히 보살계산림은 백여차례나 열었다. 그는 법문할 때 언제나 평이한 가운데 선지(禪旨)를 차근차근 설명하여 많은 이들을 감화시켰다. 특히 청정행(淸淨行)을 강조하여 당시 불교계의 파계(破戒)와 무애(無碍)를 혼동하는 일을 바로잡기 위해 힘썼다. 1963년 태국 불교계 승정과 총무원장 스님들이 불국사에 참배할 때 동산이 다보탑 앞의 석사자(石獅子)를 가리키며 "석사자의 울음소리를 듣습니까? 귀국 불교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저 사자 울음소리를 선사해 드립니다"라고 말하여 대승선(大乘禪)의 진면목을 알렸다. 1965년 음력 3월 동산은 "부귀영화는 뜬 구름이요, 벼슬도 재물도 풀잎 위의 이슬이라, 항상 깨끗하고, 당당하게, 자비롭게, 착하게 살라"고 가르쳤다. 1965년 음력 3월 23일 동산은 편안히 자리에 누운채 잔잔한 미소를 짓는 모습으로 입적하니, 세수 76세, 법랍 53세였다. 3만여 인파가 모여 영결식을 마치고 다비를 하자, 사리 3과가 나와 부도에 안치했다. 그가 남긴 글들은 제자들이 편찬한 <동산대종사석영첩(東山大宗師錫影帖)>에 담겨 있다. 그리고 제자는 성철, 자운, 지효, 광덕, 월산, 능가, 월운, 무진장 등 무려 130여명의 상좌와 제자가 있어, 이른바 '범어문중'을 이룬다. 동산은 일상생활에서 절도있는 수행과 평등무차(平等無遮)의 자비심을 몸소 실천하였다. 특히 그는 차별없는 청산유수와도 같은 감로 법문으로 '설법제일'로 알려진 '한국의 부루나존자'였다. 또한 동산의 철저한 지계(持戒) 정신과 실천은 결국 정화불사를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으며, 이후 그는 불교정화운동의 최전선에서 비구승단을 이끌었던 정신적 지주였다. 동산은 입적하던 날까지도 예불과 마지공양에 빠지는 일이 없었고, 매일 제일 먼저 빗자루를 들고 도량을 청소하고 하루 네 차례의 정진을 빠뜨리지 않았던 불퇴전(不退轉)의 신심을 지닌 선지식이었다. 특히 그는 교단이 어려운 고비를 겪었을 때 3번이나 종정을 역임했던 현대의 고승이자, 후일 교단을 책임질 훌륭한 스님을 많이 길러낸 불세출의 법모(法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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