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조선의 모든 내외 직제와 그 직에 어울릴만한 중국 역대 인물을 수록한 잘 쓴 세필 필사본 [만고도목(萬古都目)] 單冊으로 <洛圃擬政內案>, <洛圃擬政外案>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단에 직명, 중단에 인물명, 하단에 八字로된 略歷, 國名 등이 실려 있다. 얇은 한지 84張(168面) 분량이며 보존 상태 양호하다.
<크기> 16.5×26cm
<참고> [만고도목(萬古都目)] 해제
內題: 洛圃擬政內案, 洛圃擬政外案
寫年推定: 憲宗(1835-1849)의 景陵(楊州)까지는 나타나고 哲宗의 睿陵(高陽)은 나타나지 않으므로 哲宗年間에 筆寫된 것임
헌종(憲宗) 사후 19세기 후반에 주로 활동하였던 낙포(洛圃)라는 호를 쓴 문인이 한(漢)나라에서 명(明)나라까지 중국 역사상의 인물들 가운데 조선 시대 각 관직의 직무를 가장 잘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이를 선발, 관직(官職) 편제(編制) 속에 분속시켜 만고(萬古)에 이상적이라고 여겨질 만한 인사 명단을 작성한 책이다. 저자(著者)는 호가 낙포(洛圃)로 추정되는 인물로, 연세대학교 도서관의 서지사항에는 간사자(刊寫者) 미상으로 처리한 반면, 국립중앙도서관의 서지사항에는 본서의 저자를 낙포(洛圃) 김사형(金士衡, 1341-1407)으로 보았는데 이는 오류라고 생각된다. 본서의 관제에서 보이는 비변사(備邊司), 규장각(奎章閣), 경모궁(景慕宮) 등은 조선 중기 이후에 보이는 정부기구 혹은 사당이며 ‘능령(陵令)’조에 헌종(憲宗, 재위 1835-1849)의 왕릉인 경릉(景陵)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고려말, 조선초의 문신인 김사형이 저자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작성한 원본을 바탕으로 조선 후기의 문인이 개수하였을 수도 있겠는데 이는 본서가 보여주는 일관된 편집체제에 비추어 볼 때 가능성이 적어보인다. 따라서 본서의 저자는 1849년헌종 사후에 주로 활동하였던 낙포(洛圃)라는 호를 쓴 문인으로 추정된다.본서는 서문과 발문이 없다. 본서 1장 b면과 2장 a면에 걸쳐 「품계(品階)」라는 조목 아래 정1품에서 종9품까지 문무관(文武官), 종친(宗親), 의빈(儀賓), 내명부(內命婦)로 나누어 나열하였다. 본서는 크게 「낙포의정내안(洛圃擬政內案)」과 「낙포의정외안(洛圃擬政外案)」으로 나뉘는데 낙포의정내안은 낙포가 조선 시대 중앙 관청의 편제 속에서 각 관직에 가장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되는 중국 역사상의 인물들을 선발하여 해당 관직에 대응시킨 것이고 낙포의정외안은 같은 방식으로 조선 시대 지방 관청을 대상으로 하여 인물과 각 관직을 대응시킨 것이다. 낙포의정내안은 2장 b면에서 36장 a면까지, 낙포의정외안은 36장 b면에서 65장 a면까지 조목별로 나열되어 있다. 체제상의 특징은 관청명, 관직명, 지명 등을 조목으로 하여 이 조목 아래 구체적으로 각 관직과 인물을 대응시키고 인명 밑에 4자(字) 2구(句)로 된 인물평을 하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의정부(議政府)’라는 조목 아래 ‘領議政 諸葛亮 一言以蔽三代之上’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말은 ‘영의정(領議政)은 제갈량(諸葛亮)이니 한 마디로 그를 말하면 삼대의 인물보다 뛰어나다’라는 뜻이다. 이처럼 중국 역사상의 인물을 뽑고 그 인물이 해당 관직에 어울리는 이유를 8자로 품평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래에서 내안과 외안의 구체적인 조목을 들면 다음과 같다.
낙포의정내안 : 의정부(議政府), 이조(吏曹), 호조(戶曹), 예조(禮曹), 병조(兵曹), 형조(刑曹), 공조(工曹), 한성부(漢城府), 사헌부(司憲府), 사간원(司諫院), 승정원(承政院), 홍문관(弘文館), 예문관(藝文館), 규장각(奎章閣), 경연(經筵), 춘추관(春秋館), 관상감(觀象監), 세자시강원(世子侍講院), 익위사(翊衛司), 승문원(承文院), 성균관(成均館), 교서관(校書館), 통례원(通禮院), 돈녕부(敦寧府), 종친부(宗親府), 종부시(宗簿寺), 종묘(宗廟), 사직(社稷), 경모궁(景慕宮), 봉상시(奉常寺), 사복시(司僕寺), 장악원(掌樂院), 사옹원(司饔院), 군자감(軍資監), 선혜청(宣惠廳), 비변사(備邊司), 중추부(中樞府), 의금부(義禁府), 사역원(司譯院), 전의감(典醫監), 혜민서(惠民署), 상의원(尙衣院), 내자시(內資寺), 내섬시(內贍寺), 사도시(司䆃寺), 예빈시(禮賓寺), 제용감(濟用監), 사재감(司宰監), 선공감(繕工監), 전설사(典設司), 장흥고(長興庫), 빙고(氷庫), 의영고(義盈庫), 상서원(尙瑞院), 의빈부(儀賓府), 양현고(養賢庫), 평시서(平市署), 장원서(掌苑署), 사포서(司圃署), 전생서(典牲暑), 조지서(造紙署), 와서(瓦署), 전옥서(典獄署), 광흥창(廣興倉), 활인서(活人署), 사학교수(四學敎授), 사학훈도(四學訓導), 지제교(知製敎), 오부령(五部令), 오부도사(五部都事), 능령(陵令), 능별검(陵別檢), 능직장(陵直長), 능봉사(陵奉事), 능참봉(陵參奉), 수봉관(守奉官), 수위관(守衛官), 충훈부(忠勳府), 기로소(耆老所), 사개(使价), 어사(御史), 경시관(京試官), 감시일소(監試一所), 감시이소(監試二所), 회시일소(會試一所), 회시이소(會試二所), 군기시(軍器寺), 호위청(扈衛廳), 훈련원(訓練院), 훈련도감(訓鍊都監), 금위영(禁衛營), 어영청(御營廳), 총융청(摠戎廳), 용호영(龍虎營), 포도청(捕盜廳), 순청(巡廳), 도총부(都摠府), 선전관청(宣傳官廳), 별군직청(別軍職廳), 사산참군(四山參軍), 위장소(衛將所), 공궐위장(空闕衛將), 군직(軍職), 체찰부(體察府), 원수부(元帥府), 순무영(巡撫營)
낙포의정외안 : 수원부(水原府), 광주부(廣州府), 개성부(開城府), 강화부(江華府), 경기(京畿), 충청도(忠淸道), 전라도(全羅道), 경상도(慶尙道), 강원도(江原道), 황해도(黃海道), 평안도(平安道), 함경도(咸鏡道), 영장(營將), 감목관(監牧官), 소막별장(召幕別將)
각 도의 경우 목사(牧使), 부사(府使), 군수(郡守), 현령(縣令), 현감(縣監), 찰방(察訪), 서반(西班), 첨사(僉使), 만호(萬戶)의 하위 조목이 있다. 또 경상도의 경우에는 이상의 하위 조목 외에 부윤(府尹), 대도호부사(大都護府使)가 더 있고 강원도는 대도호부사가 더 있다. 평안도의 경우에는 부윤(府尹), 대도호부사(大都護府使)가 맨 앞에, 권관(權管)이 맨 뒤에 더 있다. 함경도의 경우에는 대도호부사(大都護府使)가 맨 앞에, 권관(權管)이 맨 뒤에 더 있다.
본서는 국립중앙도서관(우촌 古2503-4)에 이본(異本)이 소장되어 있다. 필사본으로 표제는 『낙포정안-부동서반질 역대세통(洛圃政案-附東西班秩 歷代世統)』인데 내용은 대체로 차이가 나지 않지만 구성에 있어 본서와 달리 「내안(內案)」, 「외안(外案)」이 먼저 나오고 본서의 「품계」에 해당되는 「동반관계(東班官階)」, 「서반관계(西班官階)」, 「문무관처(文武官妻)」, 「내명부(內命婦)」 등의 관계(官階)가 뒤에 나오고 본서에는 없는 「한이하세계(漢以下世系)」, 「조선역대세계(朝鮮歷代世系)」, 「사기목록(史記目錄)」 등이 부록으로 덧붙여져 있다. 『한국고서평석(韓國古書評釋)』(안춘근(安春根) 저)에서는 본서의 이본에 대한 해제를 통해 이 책이 필사본으로 드물지 않게 유통되고 있는 실정을 증언하고 있다. 서문과 발문이 없는 본서와 달리 발문을 통해 1902년에 한호수석(閒湖壽石)이 필사했음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한편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의 권말에는 주기사항으로 ‘歲戊戌七月初五日, 華隱居士畢寫于富林竹巖之精舍’라는 내용이 보이는데 1898년(광무 2) 7월 5일 화은거사가 부림 죽암정사에서 다 필사하였다는 말이다. 여기서 화은거사는 한호수석과 마찬가지로 저자가 아닌 필사자로 보이며 19세기 후반에 이 책이 필사본으로 다수 유통된 것으로 사료된다. 이외에도 연세대학교 도서관(고서(I) 353.09 만고도 필-1-2)에 2부의 필사본이 있어 서지적 가치는 떨어지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적 가치
본서는 조선 시대 각 관직에 중국 역사상 훌륭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을 대응시키고 각 인물들에 대한 4자 2구의 품평을 한 것으로 19세기 후반에 주로 활동했던 저자로 대표되는 문인들의 역사 인물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 이를테면 좌의정(左議政)에 북송(北宋) 때 성리학을 정초한 오자(五子)의 한 사람인 정호(程顥)를 배당하면서 ‘맹자 뒤로 이 한 사람이니 안연이 거의 그와 가까울 것이다(孟子後,一 顔氏殆庶)’라고 평가한 것이나 좌찬성(左贊成)에 역시 북송 오자의 한 사람이자 정호의 스승이기도 했던 주돈이(周敦頤)를 배당하면서 ‘백대의 뒤에 일어나 수천 년전 성인의 도통을 계승했다(起百代後, 繼千聖統)’라고 평가한 것에서 저자의 성리학적 도통 의식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범중엄(范仲淹)을 이조판서에 배당하면서 ‘마음에 물건이 없고 천하 사람들에 앞서서 근심한다(無心中物, 先天下憂)’라고 한 것이나 예조판서에 한유(韓愈)를 배당하면서 ‘팔대에 쇠미한 문장을 일으켜 백 대의 스승이 되었다(起八代文, 爲百世師)’라고 한 것은 각각 범중엄의 「악양루기(岳陽樓記)」와 소식(蘇軾)이 한유를 두고 쓴 「조주한문공묘비(潮州韓文公廟碑)」에 나오는 유명한 말을 가져다 쓴 것으로 조선 시대 문인들에게 평범하게 받아들여지는 평가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조선 시대 수많은 문무 및 중앙과 지방의 관직들에 수많은 인물들을 배당한 것을 살펴보면 저자의 고심의 흔적을 엿볼 수가 있다.
본서 같은 책이 지어지게 된 내적 동기는 어디에 있을까? 시야를 좀더 앞으로 돌려 고려 시대를 살펴보면 그 시대의 대표적인 문학 장르인 경기체가(景幾體歌)의 효시로 「한림별곡(翰林別曲)」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고려 고종(高宗) 때 한림학사(翰林學士)들이 합작한 작품으로 무신정권 아래에 있던 문인들의 풍류적이며 향락적인 생활 감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모두 8장(章)으로 시부(詩賦), 서적(書籍), 명필(名筆), 명주(名酒), 화훼(花卉), 음악(音樂), 누각(樓閣), 추천(鞦韆)의 순서로 각각 1장씩을 읊었는데 시부를 노래한 1장은 다음과 같다.
元淳文 仁老詩 公老四六 / 李正言 陳翰林 雙韻走筆 / 沖基對策 光鈞經義 良經詩賦 / 위 試場ㅅ景 긔 엇더니잇고 / 琴學士의 玉荀文生 琴學士의 玉筍文生 / 위 날조차 몃부니잇고
유원순의 문장, 이인로의 시, 이공로의 사륙변려문, 이규보와 진화의 쌍운주필, 유충기의 대책문, 민광균의 경서풀이, 김양경의 시와 부, 이들은 고려 시대에 뛰어났던 문인들로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는다면 얼마나 성대하고 훌륭하겠는가? 문인들의 풍류 성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1장을 읽어 보면 본서가 관직과 인물을 대응시키며 영의정에서 시작하여 소막별장(召幕別將)으로 마치는 이 수많은 나열들을 통해 조선 시대 문인의 유아(儒雅) 취미를 맘껏 뽐내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임을 알게 된다. 이처럼 본서는 19세기 후반 문인 지식인의 내적 취향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자료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문헌
안춘근, 「만고도목(萬古都目)」, 『한국고서평석』, 동화출판공사,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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