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당시의 국제정세 및 사회 형편을 작품의 배경으로 하면서 전쟁의 발생과정과 전쟁중에 활약한 장수들의 활약상이 작품의 내용을 이룬다. 작품의 생성과정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전쟁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설화들이 소설의 소재원천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임진왜란을 겪고난 후 전쟁에서 일어난 일이나 백성들이 겪은 체험은 서민사회에서 단편적인 이야기로 전해지기 시작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처음에는 어느 정도 역사적 사실에 가까우나, 전해지는 동안에 점차 내용이 과장되고 허구적 요소가 가미된 설화적 성격을 띠게 된다.

일본의 침략상은 악랄하게 그려지고, 이에 맞서 싸우는 우리나라의 장수들은 영웅화되는 등 일본에 대한 적개심과 민족의식이 직접·간접으로 표출되어 있다. 이런 설화들이 서민들의 관심을 끌고 호응을 받게 되자 이를 모아서 기록한 설화집이 나왔지만 그것은 대개 한문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서민들이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를 국문으로 번역하면서 소설의 체제를 갖춘 것이 〈임진록〉이다. 이 작품은 특정인에 의해 특정 지역에서 창작된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이야기되던 내용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서로 교류하는 사이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따라서 어떤 특정인을 작자로 내세울 수가 없고 저작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도 없다.

〈임진록〉에는 40여 종의 이본이 전하는데, 그것들을 표기문자로 보면 국문본과 한문본으로 구분되고, 출간의 형태로 보면 필사본·방각본·구활자본 등으로 구분된다. 이본들은 내용에 따라 크게 세 계열로 구분된다. 첫째, 임진왜란 당시의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계열로서 이순신·권율·송상헌·신립·이여송 같은 실존 인물들의 활동을 사실에 가깝게 서술한 것, 둘째, 허구적 성격이 강한 계열로서 역사적 실존인물이 아닌 최일영이나 중국의 〈삼국지〉에 나오는 관운장 등을 내세워 허구적으로 내용을 전개해나간 것, 셋째, 역사적 사실과 허구적 내용을 결합시킨 계열로서 위의 두 계열을 조합한 이본들이다.

〈임진록〉의 내용은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다른 고대소설과는 달리 여러 인물의 일화들을 병렬적으로 엮은 단편집의 성격을 띠는데, 그 내용은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의 첫머리에는 전쟁의 발생배경에 관한 내용이 나오고, 중간 부분에는 전쟁의 과정에서 활약한 장수와 관리들의 모습을 그린 내용이 나오며, 결말부에는 전쟁이 끝나고 난 후의 수습활동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